설교본문 : 마태복음 2장 1-12절
설교제목 : 하나님께 이끌림
설교자 : 최동규 목사님
‘예수 믿으면 구원 얻습니다’는 전도의 말을 들을 때에 많은 사람들이 흔히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전파되지 않았던 곳, 혹은 예수님이 전파되지 않던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나요?’ 예수님을 알지도 못하고 돌아가신 훌륭한 선조들에 대한 애틋한 마음에서 생겨난 질문일수도 있고, 굳이 예수님을 믿어야 구원 얻는다는 것에 대한 반발감이 섞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오늘 본문은 하나님께서는 당신님께서 구원하기로 작정하신 사람들은 비록 이방인일지라도 기묘하게 이끄신다고 대답합니다.
마태복음은 흔히 유대인 성도들을 위한 복음서라 불립니다. 사실 마태복음이 유대인 성도들을 염두에 둔 친유대적 기록임을 짐작케 하는 증거들은 많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마태복음에는 반유대적이면서 친 이방적인 표현들도 그에 못지않습니다. 동방박사의 이야기가 마태복음에만 등장하는 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이방인들은 메시아를 찾아와 경배하고 기뻐하는 반면에 정작 유대인들은 소동하고 배척하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어 반유대적이며 친 이방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들 때문에 우리는 마태복음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유대인의 메시아일 뿐만 아니라 이방인들에게도 메시아가 되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마태는 동방박사의 이야기를 통해 이방인들도 메시아를 경배할 것을 예언한 구약 성경의 궁극적 ‘성취’임을 효과적으로 잘 드러내었습니다: “열방은 네 빛으로, 열왕은 비취는 네 광명으로 나아오리라”(사 60:3) 이 이야기 속에서 우리는 전혀 예수님은 알 수 없는 지역에 살았던 그들이 어떻게 예수님을 경배하게 되었는지 살펴보려고 합니다.
동방박사들은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예수님을 전혀 접할 수 없었던 지역에 살았습니다. 그들은 유대 땅과는 멀리 떨어진 동방, 곧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별을 보며 점성술을 연구해서 국가의 정책에 관여하는 상당히 신분이 높은 사람들입니다. 어떤 면에서는 유대 땅과 멀리 떨어진 곳에서 미신을 믿고 살던 우리 조상들과 어느 정도 비슷한 입장에 처해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예수님을 만났고, 경배를 드렸습니다.
2절을 보면 그들은 오늘날 통상적으로 예수님을 믿게 되는 사람들과는 달리 전도를 받지 않았습니다. 단지, “별을 보고” 유대인의 왕께 경배하러 왔다고 했습니다. 참 별일입니다. 그들은 직업에 충실하게 별자리를 연구하던 중에 특이한 별을 발견했고, 무슨 연유에선지 그 별을 유대인의 왕의 탄생을 알리는 별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만 하고 끝낸 것이 아니라, 찾아가서 경배를 드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먼 길을 여행합니다. 별 볼일 없이 한가하게 지내던 사람들도 아니고, 한 나라에서 중대한 직책과 신분을 가진 사람들이 장기간 여행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설령 퇴직한 사람들이라 시간이 많았다 해도 연로한 몸으로 모험 같은 장거리 여행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또 자기 나라 왕의 탄생도 아닌데, 경배하러 간다는 것도 신기합니다. 참 세상에 별일도 많습니다.
동방박사들이 특별히 성경을 많이 알아서 그 같은 행동을 했던 것 같지도 않습니다. 유대인의 왕이 나셨으니까 당연히 왕궁에 있으리라 생각했는지, 예수님을 죽일 수도 있는 헤롯의 궁으로 찾아가서 예수님을 찾았습니다. 이것을 보면 그들은 별에 관해서는 박사였지만, 구약 성경에 대해서는 잘 해석할 줄도 모르는 초보자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4절을 보면 헤롯왕이 대제사장과 백성의 서기관들을 모아 그리스도께서 어디서 나시는지 알려준 후에야 베들레헴을 향해 다시 길을 떠납니다. 성경을 통해 메시아의 탄생지를 확인하고 나서 그들은 다시 별의 인도함을 받았고(9), 마침내 예수님을 만나 경배를 드립니다(11).
동방박사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구도자의 자세, 예수님을 만나고자 하는 그들의 열정을 배울 수도 있을 것입니다. 성경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예수님께 경배하기는커녕 무관심하고 적대했던 지 않는 유대 지도자들에 비해, 성경도 잘 모르지만 마침내 예수님께 경배를 드린 그들의 삶 속에서 배울 수 있는 바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을 인도하신 하나님의 이끄심이라 생각됩니다.
전혀 예수님을 알지 못하는 자들로 하여금 예수님께 경배하기까지 이끄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참으로 기이합니다. 어떤 분들은 예수님 믿으려는 의도가 전혀 없이 천체과학, 우주공학, 인체와 동식물 세계 등을 공부하다가 무한하면서 오묘한 그 모습에 신적 존재를 의식하고 신앙을 가집니다. 어떤 분은 오로지 여학생을 사귀려는 일념으로 여학생의 꽁무니를 좇아 교회를 다니다가 회심하기도 합니다. 우리 중에는 신입생 합격축하 파티 해준다는 말에, 혹은 선배에게서 공짜 밥을 얻어먹을 수 있다는 얄팍한 마음에서 성경공부를 시작했다가 변화된 사람도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점치러 갔다가 점쟁이에게 야만 맞고 예수 믿게 된 희한한 사람도 있습니다. 시주 대신에 바랑에 넣어준 전도용 성경책을 읽다가 회심한 스님도 있습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별에 관심이 있는 자는 별을 통해서, 밥에 관심이 있는 자는 밥을 통해서, 건강에 관심이 있는 자는 건강문제를 통해서 당신님께로 많은 믿지 않는 사람들을 이끄십니다. 관심이 전혀 없는 사람도 희한한 방법으로 이끄십니다.
처음부터 순수하게 예수님께 경배하려는 마음만으로 교회에 나온 사람은 오히려 드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거스틴도 처음에는 웅변을 배우려고 암부로스의 설교를 들으러 갔었는데, 설교를 듣던 중에 기독교로 회심하려는 마음을 많이 가지게 됩니다. 남북전쟁의 영웅 루 월레스(Lew Wallace) 장군은 기독교를 신화로 여기고, 신화에 빠져 지내는 무지몽매한(?) 기독교인들에게 예수 이야기는 허구라는 것을 증명하는 책을 쓰려고 온 유럽과 미국을 돌아다니며 관련 자료들을 수집했습니다. 그러나 2장 첫 페이지를 쓰다가 도무지 성경 말씀이 옳다는 것을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합니다. 그 사건이후에 그는 한 책을 쓰게 되었는데, 1880년 출판과 함께 200만권이나 팔렸고, 그 책을 기초로 만든 영화가 <벤허>입니다. 하나님께서 이끄시면, 아무리 늙은 나이라도 예수님께 나아오게 됩니다. 아무리 성경의 진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도 이끌림을 받게 됩니다.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 속에서 ‘하나님의 이끄시는 신비한 손길’을 발견합니다. 비록 모든 것을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했지만, 그 이면에 하나님께 이끄심이 있었고, 하나님의 이끌림을 받았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지역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든, 미신을 믿고 있는 사람이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사람이건, 어린 사람이건, 전능하시고 지혜로우신 하나님께서 이끄시고자 하면 그러한 것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못합니다. 이러한 이끄심을 통해서, 하나님께서 당신님께서 구원하기로 예정하셨던 모든 사람을 한 사람도 잃어버리지 않고 구원하십니다: “이는 아버지께서 내게 주신 자 중에서 하나도 잃지 아니하였삽나이다 하신 말씀을 응하게 하려 함이러라”(요 18:9). 우리는 이러한 하나님의 이끄심을 믿을 때, 누구에게나 전도할 수 있으며, 포기하지 않고 전도할 수 있습니다. 비록 지금은 아무런 소망이 보이지 않는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이끌어주시도록 간구할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 15:16절에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나니”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만약 우리가 택하였다면, 능력이 부족하고 지혜가 부족한 사람들은 중도에 포기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끈기와 인내심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예수님을 온전히 경배하게 되리라는 소망이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선택하셨고 하나님께서 이끄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자신의 연약함과 부족함 속에서도 소망을 가질 수 있습니다. 때로 동방박사들처럼 도중에서 길을 잃고 방황하는 시간을 겪을 수 있습니다. 한 동안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별 볼일 없는’ 시간을 보내기도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한번 이끄시려고 작정하신 자는 마침내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서 경배하도록 이끄십니다. 그래서 비록 아직은 내 마음이 하나님을 향하여 온전히 순수치 못하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 이끌어 주실 소망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에 있어서 한 가지 더 생각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별이라는 자연 계시를 통해 동방박사들을 이끄셨지만 그것으로는 예수님을 만나 경배하기에 부족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그들로 성경의 계시를 접할 수 있도록 이끄셨습니다. 결국 성경의 명확한 계시를 통해 동방박사들은 예수님을 만나서 경배할 수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다양한 방법으로 우리를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끄시지만, 궁극적으로 성경의 계시를 만나지 못한다면 참으로 우리 주님께 바르게 경배드릴 수 없습니다. 도중에 길을 잃고 헤매게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른 어떤 것을 통한 이끌림보다 성경에 이끌리어 성경의 계시에 주목하고 그 말씀을 따라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님의 이끄심에 있어서 또 한 가지 놀라운 것은 성경의 계시를 접하게 되는 하나님의 은혜가 그리스도의 탄생에 냉담했던 종교지도자들과 그리스도의 탄생을 막으려는 정치 지도자를 통해서 주어졌다는 사실입니다. 보통 설교가 좋아야 은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때때로 최악의 설교자, 최악의 성경선생을 통해서도 자신이 택하신 백성을 바르게 이끄실 수 있습니다. 이 땅에 더 좋은 설교자와 더 좋은 성경선생은 있을 수 있어도 완벽한 설교와 완벽한 성경선생은 있을 수 없습니다. 모든 설교와 성경공부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께서는 실수 없이 당신님께서 이끄실 자를 이끄십니다. 이것은 비록 한국 교회의 지도자들의 부패나 부족함, 그들의 연약함이나 악함이 있을지라도 우리를 바르게 이끄실 하나님을 신뢰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이 연약하고 부족할지라도 지금까지 우리를 당신님의 뜻대로 이끌어 오신 주님께서 온전히 주님을 경배하도록 이끌어 가실 것을 또한 믿고 감사를 드립니다. 성탄을 맞이하여 주님께 이끌리는 은혜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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